작년에 인류학과 관련된 한 강의에서 나온 언어학에 관한 이론 중 하나가 바로 이 영화의 뼈대역할을 하는
Sapir-Whorf hypothesis 이다. (한국어로는 사피어-워프 가설이 되겠다.) 그리고 예시로 소개가 된 것이 바로 이 영화였고 이것이 직접적인 동기가 되어 이제서야 감상하게 되었다.
국내 개봉 당시 이 영화 '컨택트'의 제목을 두고 조금의 논란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Arrival'에서 컨택트로 바뀐 건 영화의 내용이나 문맥을 알기 전엔 뜬금 없어 보이기 마련이었고 뻔히 1990년대 후반 '콘택트' 라는 이름으로 개봉한 영화와 혼동을 일으킬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나니 왜 굳이 제목을 바꿀 필요가 있었는지도 조금은 수긍이 가는 부분이다.
우선 이 영화는 Sci-Fi 영화이다. 그리고 이쯤되면 외계인이 등장한다는 사실 또한 제목과 장르에서 유추할 수 있으리라 본다.
외계인의 지구 도착 (Arrival) 그리고 인간의 그들과의 소통 (Contact).
전자의 경우 전혀 특별한 것이라곤 찾을 수 없는 SF의 필수아닌 필수 요소지만 후자의 요소가 다른 동일 장르 영화와의 큰 차이점을 만들어낸다.
SF 하면 흔히들 외계인의 침공, 그리고 전쟁. 이러한 플롯이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외계인과의 소통을 중심에 두고 스토리를 전개해 나가는 구성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소통의 매개체가 되는 '언어'와 영화에서 큰 역할을 하는 '시간'의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이 영화의 중점이라고 생각된다.
먼저 언어.
첫줄에서 언급했다시피 이 영화는 Sapir-Whorf hypothesis (사피어-워프 가설) 을 출발점으로 영화내에서의 '언어'를 설명하고 있다.
언어 상대성 이론 중 하나로 Sapir와 그의 제자 Whorf 의 이름을 딴 이 이론은, 간단히 설명하자면,
"Language influences the way people think and even determines their thoughts."
즉, 언어가 의사소통의 수단을 넘어 우리 사고에 미치는 무시 못할 영향을 강조하고 있다.
두번째는 시간.
흥미롭게도, 영화 내에서 외계인의 시간의 개념 또한 우리 인간세계와 다름을 알 수 있다.
인간이 출생으로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일직선상의 시간적인 개념을 (즉, 지나간 시간은 되돌아 갈 수 없다.) 가진 반면 외계의 생물체들은 원형적인, 즉 특정 혹은 무한한 되풀이됨으로 시간을 이해하고 있다.
이러한 언어와 시간의 개념 차이가 결국 영화를 이끌어 나가는 기본 뼈대가 되는 그림이다.
상대를 우리의 입장에서 이해하느냐 아니면 상대방의 입장에서 다른 개념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느냐의 차이가 영화의 결말에 영향을 줬다고 말하고 싶다.
여타 SF영화와는 차별화된 접근 방식을 보여준 영화 컨택트. 시각적인 면에서나 철학적인 내용을 담고있는 주제를 통해 전달하는 메세지가 분명하게 느껴진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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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영화의 결말에 이 '시간'의 개념과 관련된 놀라운 반전 (twist) 이 숨겨져 있다. 기대하시라.